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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완전학습이론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저명한 교육 심리학자인 벤저민 블룸(Benjamin S. Bloom)이 주장한 학습법으로, 적절한 환경과 학습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면 누구나 완전학습에 이를 수 있다는 학습법이다. 처음에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논리도 설득적이고 성과도 상당했다.
이론의 내용 중 내 마음을 띵하고 울리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정규분포에 대한 논의였다. 정규분포는 어떤 자연적 혹은 사회적 현상에서 특정 대상의 일반적인 분포를 의미한다. 평균에 해당하는 중심 부분에 대부분의 값이 모여있고, 값이 커지거나, 작아질수록 해당하는 값이 감소하는 대칭 형태의 분포이다. 예로, 대한민국 성인 여자들의 발 사이즈는 240이 가장 많을 테고, 사이즈가 커지거나 작아질수록 그 수는 점차 감소할 것이다.
우리는 보통 아이들의 성적은 정규분포를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 내신 등급의 경우 1~9등급으로 평가하는데, 등급별 비율은 아래의 표와 같다.
등급 비율 1 4% 2 7% 3 12% 4 17% 5 20% 6 17% 7 12% 8 7% 9 4% 내신 등급은 5등급을 기준으로 양극단(1등급/9등급)으로 갈수록 그 비율이 낮아지는 정규분포의 형태를 이룬다. 나는 한 번도 학생들의 성적 분포가 정규분포를 이룬다는 것의 모순점을 느끼지 못했다. 학생들의 학습 능력이 다 다르고, 평균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많기 때문에 이런 현상에 대한 의문조차 가진 적이 없었다.
하지만 Bloom은 학습 지도를 했는데 학생들의 성적 분포가 정규분포를 이룬다면 그 교육은 효과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통 정규분포를 이루는 대상은 아까 예시를 든 것과 같은 신발 사이즈나 키, 몸무게 같은 자연적인 것들이다. 아이들의 성적 역시, 아무런 처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정규분포를 이루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학생들의 학습 능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이 진행되었다면 그 이후의 학습 성취는 달라져야 할 것이다. 정규분포가 아닌, 높은 점수에 몰려있는 형태의 그래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리타분한 이론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교육업에서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성적이 나오지 않는 것은 학생들의 능력 차이, 노력 차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로 우수한 교육을 제공한다면 대다수의 학생들은 학습을 온전히 이해하고, 높은 수준의 성과를 나타낼 것이다.
Bloom이 제시한 완전학습이론의 내용을 100% 반영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앞으로 내가 교육업에 종사하면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은 명확해졌다. 내가 제공하는 교육을 접한 대부분의 학생의 성취가 완전학습에 도달하는 것. 그 방법에 대해 꾸준히 연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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