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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정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된 적이 있었다. 유아나 초등학생의 비중이 높았는데, 요즘 아이들의 사교육 환경에 적잖이 놀랐더랬다. 4차 산업혁명 때문에 700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말이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인데 사교육 현장은 정말로 무감각했다.
내가 만난 아이 중 가장 사교육에 많이 노출되어 있던 아이는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었다. 구구단을 2학년 2학기에 배우게 되는데, 2학년 여름방학 당시 그 친구는 받아 올림이 있는 두 자리수 곱셈을 신들린 듯 풀었고, 막 나눗셈을 배우기 시작했었다. 어디 수학뿐이랴, 영어, 과학, 역사, 중국어, 프뢰벨 등의 가정 방문 학습에 태권도까지 없는 것 빼고 다 하고 있었다. 그 엄마의 카톡 프사를 보다가 그 아이가 멋들어진 관악기를 불고 있는 사진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더랬다. 그 아이의 어머님이 나에게 "선생님, 왜 이렇게 시킬 게 많아요?"라고 말했을 땐 그냥 멋쩍은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나와 공부할 때면 그 아이는 항상 "어디까지 해요?" 혹은 "언제까지 해요?"라고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당연한 소리다. 하루종일 학원을 전전하는데 어떤 공부라고 재미있을까.
더 웃긴건 그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유달리 뛰어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적정한 양의 학습을 하고, 학습에 대한 적절한 피드백이 이루어지는 가정의 아이들이 더 높은 학습 능력을 보여줬다. 적절한 학습량을 제공받는 아이들에 비해 과도한 양을 학습해야 하는 아이들의 학업 효율성은 낮을 수밖에 없다.
좋은 성적, 좋은 학교가 미래를 보장해주는 시대는 지나갔다. 아이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 재능을 극대화시켜주려 갖은 노력을 해도 불투명한 미래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사교육에 진절머리가 난 아이는 재능을 찾아보기도 전에 '공부는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성장에서 도망칠 것이다.
물론 내가 학부모가 되어보지 않아서 그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는 없다. 하지만 아이들은 부모의 못다한 소원을 이루어주는 부모의 분신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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